밤의 사색
by 헤르만 헤세
삶의 속도를 고민하고,
인간의 향기와 인간다움에 대해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책
아무튼 나는 삶을 행복으로 보지 않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오로지 깨어 있는 의식을
통해서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태이자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많은 행복을 얻으려 애쓰는 것이 아
니라 삶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최대한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고자 한다. '권태로운 삶'도 하얗게 불태우듯 살아내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려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결정된 것의 확고부동함을 잘 알기에 변하지 않는 선과
악에 저항하려 애쓰지 않는다.
잠은 자연이 주는 귀중한 선물이자 친구이고 피난처이며 마법사이자 따뜻한 위로자이다. 그래서 나는 오랜 불면증으로 괴로워하고 새벽녘 쪽 잠에 만족하는 법을 배운사람에게 진심으로 연민을 느낀다.
내가 그대를 습프게 했나요? 미안해요, 마리아! 그대를 슬프게할 마음은 없었어요. 그저 그대가 아직도 먼 옛날 아득한 봄날 저녁의 따사로움을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
우리는 서로의 낮선 운명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다시 새롭게 내 운명을 사랑하게 되리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연대는 점점 넓어질 테고, 줄의 끝과 시작이 우리 손에 들렸으니 지역과 성별을 뛰어넘어 함께 그 줄을 당길 수 있으리라.
우리 인간은 다른 누군가를 살해하고
출생과 무덤 사이에서 탐욕스럽게 기웃거리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열정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겁박하는 지배자에게 아첨하고
다가올 행복에 관한 우화에 귀 기울이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제물로 바치고
위험하고 불안하게 살면서 먼 옛날을 뒤돌아보며 부러워한다.
미래와 과거. 두 낙원 사이에서 우리의 거주지는 지옥으로 정해져 있고
우리는 이런 지옥의 삶에 거짓 목표와 거짓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고있다.
우리 시대만큼 절망적이고 잔혹한 시대는 없었고
죽음을 이토록 가까이, 행복을 이토록 멀리 느꼈던 시절은 없었노라 생각하며
순수함과 빛을 애타게 갈망한다
...
인간 정신이 발명한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은 참으로 정교하면서도 묘한 발명품이다. 그것은 더욱 깊은 고통을 주고, 세상을 더 힘들고 복잡하게 만든다. 인간은 오직 시간 때문에 자신이 갈망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된다. 오직 시간 때문에, 이 고약한 발명품 때문에! 자유롭고 싶다면 무엇보다 바로 시간이라는 목발부터 던져버려야 한다.
정신노동이 전통도 멋도 없는 거친 공업을 닮아가고, 학문과 학교가 우리에게서 자유와 개성을 모조리 없애고, 가능한 한 빨리 유아기에서 벗어나 억지로 노력하고 쉴 새 없이 달리라고 가르칠수록, 대부분의 옛날기술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는 무위의 기술도 점점 더 아득히 사라져간다. 한때 우리는 그런 기술의 대가였는데 마치 그랬던 적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여유와 무위의 기술은 이제 이곳 서양 세계에서는 그저 팔자 좋은 게으름뱅이들이나 누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시간을 돈으로 보고 매사에 서두른다. 그러나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기쁨의 가장 큰 적이다. 우리는 선인들의 목가시나 감성적인 여행기를 읽으며 부러움의 미소를 짓는다. 우리의 조상들은 과연 바쁠 때가 있긴 했을까? ...
우리는 휴식조차 조바심을 내며 바쁘게 즐긴다. 일할 때와 거의 똑갈이.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빠르게 '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 쾌락은 더 많아졌지만 기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행복을 찾아 헤매는 한 그대는 행복해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대가 가진 가장 소중한 모든 것이 행복일 수 있었던 것을.....
그대, 혼자 멀리 떨어져 있는 슬픈 그대여, 이따금 좋은 글귀와 시를 읽고,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풍경과 살면서 겪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대가 진심으로 그렇게 한다면 기적이 일어나 현재가 더 즐거워지고 미래가 든든해 보이며 인생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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